본문 바로가기

정명석 목사는

이런 일들도 [나만이 걸어온 그 길 #3]

글 : 정명석

 

군 제대 하고 그 다음해 9월의 토요일이었다.
그 날은 인삼 검사 받는 것을 꼭 신청해야 되기에 금산 인삼조합에 급히 가게 되어 진산에서 금산행 버스표를 사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기다리는 차가 오는데 갑자기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내 고향 교회의 주일 학교 교사를 하다 진산에 의상실을 차린 사람의 가게에 너무도 가보고 싶어졌다. 견딜 수가 없어 잠깐 갔다 와야지 하고 그곳으로 갔다. 오랜만이라고 반겨주며 커피 한잔을 시켜주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그러다 그가 나에게 왜 왔느냐고 해서 실상 금산 인삼조합에 인삼검사를 다음주에 반드시 받아야 하기에 지금 신청하러 가는 길인데 버스표를 끊어놓고 기다리던 중 그저 갑자기 생각나서 들렀는데 나도 의미 없이 왜 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잠시 후에 나는 ‘정신 머리 없게 시간이 다 된 줄 몰랐다’고 중얼거리면서 급히 뛰쳐 나왔다. 숨가삐 뛰어나와 보니 내가 꼭 타야할 버스는 이미 출발해서 멀리 뒷모습만 보이며 달리고 있었다.

아까 그 집을 내가 왜 갔나 모르겠다 하면서 후회했다. 
마신 차를 토하고 싶었다. '3분만 더 빨리 왔어도 탔을 것인데…’ 쫓아가서 타려 했지만 너무도 먼거리였다.
‘아니 왜 내가 편히 탈 차를 두고 그 집을 가서 이 애간장을 태운단 말이냐? 
그 여자를 내가 이성으로나 저성으로 좋아하는 여자도 아닌데… 
정말 이해가 안 간다. 
내가 뭐에 씌여댄 것이 아니냐? 
그렇지 않고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버스를 타고 가지 않으면 토요일이라 오전 신청을 못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 때만 해도 지금으로부터 20년전이라 시골에서는 정말 급한 일이 아니면 택시를 이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급한 일이라 가진 돈이 없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택시를 불러 탈 수밖에 없었다. 운전수에게 인삼 조합까지 급히 좀 가달라고 했다.

운전수가 하는 말이 얼마 전에 버스가 텅텅 비어 출발했는데 왜 안탔냐고 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만 
“아, 그럼 아까 떠난 그 버스까지만 달려가 세워 주면 되겠군요.” 
하며 마음 편하게 호의를 베풀어 주었다.

택시를 타고 한참 달리는 중에 도로 한 복판에 사람들이 서서 아우성을 치며 내가 타고 가는 택시를 보고 고함을 지르면 서라고 했다. 운전수도 당황하였고 나도 당황하여 웬일인가 하고 급정거를 했다.

아까 내가 타려고 표를 끊어놓은 그 버스가 구른 것이다. 
내 고향 석막리로 들어가는 옆마을 부암리 아래였다. 달리다 앞바퀴가 빠져 그만이야 논의 개울창으로 굴러 버린 것이다. 다친 사람들을 메고 나와 지나가는 차마다 급정거를 시켜 병원으로 보내고 있었다.

내가 타고 가던 택시는 삐빠거리며 달리는 응급차로 변해버렸다. 
방향은 역시 금산이었다. 차안에서 들었던 비명소리와 고함 소리가 20년이 지난 오늘에도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고막에 쟁쟁 울린다.

나는 그때서야 왜 내가 필요 없이 차표를 끊어놓고 그 여자한테 이성으로도 저성으로도 끌리지 않는데 굳이 갔던가를 깨달았다. ‘내가 믿는 신이 나를 도왔구나.’ 이성에 끌림이 아니라 신이 끌림, 내가 믿고 사는 하나님에 끌림임을 깨닫고 고마우신 하나님께 감격 감사했다.

누구든지 사람들은 자기가 믿는 사람이 돕게 되고 자기가 믿는 신이 돕게 된다. 큰 자를 믿고 의지하게 되면 크게 되듯이 그 크신 하나님을 믿게 되면 더 크게 도움을 받게 됨을 절실히 깨달았던 날이다. 

지금도 그 생각이 나 섭리 역사의 글로 남겨 그분의 행사를 증거한다.

하나님은 은밀히 행하시는 신이시다. 
그 날도 무사히 일을 잘 보고 돌아왔다. 월남 전투시에도 수십 번 죽음의 순간에 하나님이 도운 일이 있다고 나는 지금도 간증한다.

고로 나는 신의 존재를 절실히 깨닫고 되었고 그의 사명을 받게도 되고 맡게도 되었으며 오늘의 세계사 하늘의 일들을 하게 된 것이다.

그를 믿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다. 
이 밤도 자기를 믿는 백성에게 불꽃같이 역사하시고 눈동자같이 살펴 주시는 하나님을 깨닫는다. 

나는 생각한다. 
그때 나를 꼭 돕지 않았다면 누구는 몰라도 나는 죽은 몸이 되었든지 적어도 불구의 몸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나를 빼놓지 않고 도와 준 것을 생각할 때 이 몸은 오직 하늘을 위해 쓰여짐이 마땅하다고 깨달을 뿐이다. 그래서 더더욱 청춘도 젊음도 아깝다 하지 않고 그 분을 위해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간다.